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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9.08.25. <깃털 도둑The Feather Thief: Beauty, Obsession and the Natural History Heist of the Century> 미래를 향해 애타게 메시지를 남기는 사람들이 이 지구상엔 존재한다. 어릴 적 재미있게 보았던 애니메이션에서는 주인공이 미래에서 온 인물을 만나 친해지고, 그가 미래에서 볼 수 있도록 문화재를 복원. 보존하는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. 주인공에게는 평생에 걸쳐 미래로 써내려갈 편지겠지만, 미래에서 온 이에게는 다시 미래로 돌아가는 순간 받아 볼 수 있는 셈이다(시간여행에 수반되는 여러가지 복잡한 쟁점을 무시하고... 그냥 그렇게 이어지는 시간 속에 살고 있다고 치면 말이다). 나는 그 간절함을 좋아한다. 그래서 한동안 학내에 있는 기록물 전시관에서 도슨트를 한 적도 있었다. 제각기 다른 이유에서였겠지만 기록을 남긴 사람들이 있었고 그 기록을 지킨 사람들이 있었다. 일제 강점기에도 누군가는 그 모든 기록을 보관.. 더보기
19.8.18. 아직은 무더위다. 요행처럼 선선한 주말이었다. 다만 더위가 한 풀 꺾이기는 하는 듯하다. 이제 곧 9월이고, 9월이 오면 으레 선선해졌으니까 아마 올해도 그러리라는 기대를 품어봄 직하다. 계절감은 온대 기후의 백성들에게 여러 가지 심리 상태를 불러일으킨다. 한 축으로는 1월에서 12월이라는 계량화된 시간의 감각이 작동하고, 또 다른 축으로는 날씨가 더워졌다 추워졌다 하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. (과학적인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감상이다) 모든 신호들이 종합되어 지금이 일 년 중 어느 시기인지에 대한 막연한 인상을 형성하고, 그 인상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다. 가을이 다가온다는 것도, 9월이구나, 점차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하구나, 하는 생각으로 느끼며, 그러면 공기를 들이마실 때 한없이 쓸쓸한 감정이 .. 더보기
<우리 몸이 세계라면>, 김승섭, 2018 저자가 했던 수업의 내용을 바탕으로 쓰게 된 책이라고 알고 있다. 이 수업 목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에 저자가 이 책의 내용을 '공중보건의 역사'로 여기고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다. 다만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문장에서 어떠한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해야하는지를 세심히 살핀 결과물이다. 지식들간의 배치에 대하여 깊게 고민하였기에 이 책은 결국 공중보건에 대한 "지식의 사회사"로 태어났다. 섣부른 정책 제안을 던지는 대신 본인의 문제의식을 파고들어가는 자세가 매우 학자적이다. 더보기