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화씨/문학

작별의 농담(濃淡)

작별의 농담(濃淡)



이제 당신을 모르겠는데

세상은 수묵화 한 폭


거울 속 듬성 자란 풀을 깎으며

먹먹한 입김에도 어쩔 수 없는 정물(靜物)


산이 산을 잊지 못하고

핏기 가신 구름이 두려운 꿈을 꾸고


항상 배는 떠날 줄만 알아서

강가에 낚싯대 혼자 떨고


하얗게 질린 밤하늘

달은 누워 있는데 별은 서 있네 곁에


한 걸음씩 여백에서 물러날수록

밀려오는 공간에 질끈 눈 감고서


당신의 눈으로 그림을 보네

온통 먹자국 번질 때까지

(2017.01.04.)


이번 달에 더 좋은 시를 쓸 수도 있고 못 쓸 수도 있다.

이렇게 올려버리면 전의를 상실해버리니 아마 못 쓸 것 같다.

그래도 나는 이 시가 좋아서 이달에는 이걸로 하고 싶다.


수묵화 속의 세상이 마냥 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

사실은 외로운 세계일지도 모를 일이다.

사무치게, 미칠 듯이 내적으로 요동치는 고독의 세계 말이다.

<세한도>에서 느껴지듯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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