본문 바로가기

뭐라도 쓰고 보자

19.8.18.

아직은 무더위다.

요행처럼 선선한 주말이었다. 다만 더위가 한 풀 꺾이기는 하는 듯하다. 이제 곧 9월이고, 9월이 오면 으레 선선해졌으니까 아마 올해도 그러리라는 기대를 품어봄 직하다. 

계절감은 온대 기후의 백성들에게 여러 가지 심리 상태를 불러일으킨다. 한 축으로는 1월에서 12월이라는 계량화된 시간의 감각이 작동하고, 또 다른 축으로는 날씨가 더워졌다 추워졌다 하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. (과학적인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감상이다) 모든 신호들이 종합되어 지금이 일 년 중 어느 시기인지에 대한 막연한 인상을 형성하고, 그 인상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다. 

가을이 다가온다는 것도, 9월이구나, 점차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하구나, 하는 생각으로 느끼며, 그러면 공기를 들이마실 때 한없이 쓸쓸한 감정이 들겠구나 예측하게 된다. 가을에는 굴러다니는 낙엽들이 낼 수 있는 성취감/무상감이 도처에 가득하다. 일 년의 절정에 이르러 우리는 겨울이 다가올 것을 예감한다. 가장 화려하게 타오르며 휴식과 동면과 죽음을 미리 구상한다. 가을이 마냥 뿌듯하지만도 마냥 허망하지만도 않기에 나는 가을을 좋아한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