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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화

<이다>, 여백의 미학일텐데 , 파벨 포리코브스키, 2013 1.33:1의 스크린, 예전에는 자연스러웠다고 하지만 이미 몇십년째 잘 쓰이지 않는 비율이다. 아마 영화관에서 봤으면 더욱 강하게 느꼈을 것 같지만 TV 다시보기로 본 터라 사실 실감나지는 않았다. 다만 화면 비율상 꽉 찰 때는 아주 꽉 차 보이고, 텅 빌 때는 아주 텅 비어 보였다. 밀물과 썰물이 오간 자리에 남는 흔적은 잘 보이지 않는 모래와 생명의 이동. 이 영화는 그런 흔적의 이야기다.내친 김에 흑백 영화라는 점까지 짚어볼까. 사실 보면서 '당연히 흑백영화여야 한다'는 느낌이 들었다. 어찌 이런 영화에 색을 입힐 수 있을까. 지나간 시간과 비극에 대해 모자를 벗어야 하며, 성과 속 사이에서 고개를 숙여야 하며, 분노와 용서 사이에서 눈물을 흘려야 한다.고증을 위해 .. 더보기
<앙: 단팥 인생 이야기>, 생각지도 못한 도전 “소록도 100주년을 기념하며”: 취약성을 껴안고 살아가는 법 평생을 단팥에 바치는 장인들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. 예고편만 보았을 때, 산뜻한 이미지로 포장된 "간밧떼 구다사이(がんばってください: 힘내주세요)"의 메시지를 담은 그저 그런 '따뜻한 일본영화'류에 들어갈 거라 확신했다. 그러나 영화는 시종일관 느린 템포 속에서 그다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. 정곡을 찌르는 한 마디 꾸중 뒤에 이어지는 침묵으로 공포, 분노, 자기반성 등의 시간을 마련하던 학창 시절의 패턴과도 같았다. 메시지는 확실하다. 그러나 그것이 단지 위로만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, 관객들에게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. 는 단팥죽처럼 달고도 뜨거운 영화다. 의 도쿠에는 한센병 환자다. 그녀는 완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평.. 더보기