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화씨/문학

만장

만장


만장이다                

나는 조금 침착해지기로 한다  

그런대로 비겁해지기로 한다

타고투저나 씹어뱉는 라디오가

넌 씨발 눈치도 없냐 이 시국에   

착오 기만 부정 강박

무효로 원용할 사유를 외우며   

내 싸움이 아닌 싸움에        

왜 나는 흔들리는지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

내가 월남에서 말야, 하고

다를 바 없이 푸른 소나무

누가 시들어버린거야, 아직 피우기도 전인데

나다 싶으면 튀어 나온다

말이 말로 말하지 못하는 말짓

침묵을 아무렇게나 비벼서

저 깃발에 발라볼까

인정받고 싶었잖아       

둥둥 떠가는 리본의 흐름 속에서  

배경이 숨을 참는 동안

더 높이 올라간다 수천 개의 손바닥

나는 여기 왔다. 간다              

아 이 세상은 감기 든 몸

무너진 봄 조각 슬픈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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