만장
만장이다
나는 조금 침착해지기로 한다
그런대로 비겁해지기로 한다
타고투저나 씹어뱉는 라디오가
넌 씨발 눈치도 없냐 이 시국에
착오 기만 부정 강박
무효로 원용할 사유를 외우며
내 싸움이 아닌 싸움에
왜 나는 흔들리는지
내가 월남에서 말야, 하고
다를 바 없이 푸른 소나무
누가 시들어버린거야, 아직 피우기도 전인데
나다 싶으면 튀어 나온다
말이 말로 말하지 못하는 말짓
침묵을 아무렇게나 비벼서
저 깃발에 발라볼까
인정받고 싶었잖아
둥둥 떠가는 리본의 흐름 속에서
배경이 숨을 참는 동안
더 높이 올라간다 수천 개의 손바닥
나는 여기 왔다. 간다
아 이 세상은 감기 든 몸
무너진 봄 조각 슬픈
'화씨 > 문학' 카테고리의 다른 글
편혜영, 2015, <선의 법칙> (0) | 2018.04.15 |
---|---|
시든 별들의 이야기 - 정미경, <가수는 입을 다무네> (0) | 2017.12.26 |
작별의 농담(濃淡) (0) | 2017.01.04 |
동지 (0) | 2016.12.22 |
모닥불 (0) | 2016.12.19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