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동지 동지 가을은 채 배우기도 전에어느새 몇 장넘어서버린 겨울 하늘이 맨 얼굴로 녹았다가 얼다가남겨진 빛의 속사정어디서 본 듯한자취를 따라이따금 흐린 걸음걸이 눈부신 성질 속으로만전부 사르고그립다는 말조차흔적 없는뜨거운 냉정으로묵묵히 달력을 짓는다 오늘은 동지태양이 꾸는 가장 긴 꿈 (2016.12.21.) *노트: 동지. 못 보는 사람 얼굴은 이 날 꿈에서 보시라. 가장 오래 만날테니. 더보기
모닥불 모닥불 실수로멸망해도 좋아그래 열망해나 볼까나무 이름은 몰라도덧없이 숲으로 들어가한없이 망설일거야바람이 멍들고이파리들이 손사래치는절망도 정말도 아닐 때쯤선홍빛 부채꼴 숨소리 따라천천히 다가가 볼까푸른 안개 너머감정의 피안건너갈 수 없어서책임을 모르는 새벽 먼저침묵에 던져 넣고 피우는 불꽃보이지 않으면 들릴들리지 않으면 보일타오르는 침묵의 노래(16.12.19.) *노트: 쓰는데 오래 걸렸다. 쓰고 끝을 맺지 못해서 놔둔 것을 고치고 놔두었다. 다시 고치고 놔두다가, 오늘에야 끝을 맺었다. 너무 부족해서 답답하지만, 여기서 더 나아갈 요량이 없어 일단 이렇게. 더보기
<이다>, 여백의 미학일텐데 , 파벨 포리코브스키, 2013 1.33:1의 스크린, 예전에는 자연스러웠다고 하지만 이미 몇십년째 잘 쓰이지 않는 비율이다. 아마 영화관에서 봤으면 더욱 강하게 느꼈을 것 같지만 TV 다시보기로 본 터라 사실 실감나지는 않았다. 다만 화면 비율상 꽉 찰 때는 아주 꽉 차 보이고, 텅 빌 때는 아주 텅 비어 보였다. 밀물과 썰물이 오간 자리에 남는 흔적은 잘 보이지 않는 모래와 생명의 이동. 이 영화는 그런 흔적의 이야기다.내친 김에 흑백 영화라는 점까지 짚어볼까. 사실 보면서 '당연히 흑백영화여야 한다'는 느낌이 들었다. 어찌 이런 영화에 색을 입힐 수 있을까. 지나간 시간과 비극에 대해 모자를 벗어야 하며, 성과 속 사이에서 고개를 숙여야 하며, 분노와 용서 사이에서 눈물을 흘려야 한다.고증을 위해 .. 더보기